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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제목 죽음을 마주하는 시간
도서정보 이원락 지음ㅣ가격: 12,000원ㅣ분야: 자기계발ㅣISBN 9791186256077 (03100)

“인간은 탄생하는 순간 죽음을 잉태한다,

산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탄생시키기 위한 긴 임신 기간이다”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 잠시 쉬어가는 임시 휴게소를

10년 동안 지켜 온 문지기 같은 의사의 고백과 성찰을 담았다!



-책 소개



나이 든 부모님, 배우자, 오랜 친구, 애완동물…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는 책!

 

임종을 앞둔 노인들을 치료하는 요양 병원에서 만 10년 동안 근무해 온 저자가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의미 있는 인생 후반전을 모색하는 책이다. 70세가 되기까지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를 두루 거치며 평생을 의료계에 몸담아 온 저자는 요양 병원이야말로 가장 쓸쓸한 죽음의 현장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평균적으로 주 1회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는 저자는 환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면서 연명 치료에 대한 의문을 품는 한편, 품위 있는 죽음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죽음을 피상적으로 대하는 세태에 맞서 죽음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가져야 비로소 삶이 빛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한 애완동물, 가족의 죽음과 같이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숙명적인 상실의 순간들에 대한 절절한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죽음과 노년의 삶을 큰 줄기로 해서 인생, 고독, 세월 등 굵직한 주제들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깊이 있게 서술하고 있다. 굳이 중년 이후의 삶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이원락



1945년 안동시 길안면에서 태어나 물이 맑은 청송군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키 작고 가난한 집 아들이라 ‘빠르게 외우고, 꾸준히 노력하고, 행실을 바르게 하자’라는 일념으로 기를 쓰고 매진해 경북 고등학교를 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법과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다가 아버지의 설득으로 ‘의학으로 사람을 살리자’라는 결심을 세웠고 경북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그 후 경북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이때부터 의학은 평생의 업(業)이 되었다.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그 옛날 시골 마을의 의사처럼 다양한 병을 치료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스포츠 의학과의 전문의와 노인병 인정의 자격을 취득했다. 개원한 한일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면서 뼈와 관절, 연골과 씨름하다 보니 23년이 흘렀다. 대구 적십자 병원에서 2년간 원장 생활을 하다가 요양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겨 거의 10년째 원장직을 맡고 있다. 현재는 경주 청하 요양 병원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아픈 사람들을 매일 만나는 것은 고역이다. 젊은이들은 무서운 회복력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지만, 나이가 들수록 완치되는 속도가 더디다. 특히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요양 병원의 사정은 더욱 비참하다. 그런 것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지, 늙어 가면서 잃는 것과 얻는 것은 무엇인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는 의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이별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직 수의사 자격증은 없지만 마음만은 이미 취득한 것에 못지 않다. 가축을 매우 좋아한다. 산보를 다니면서 동네 개들과 고양이, 거위, 오리, 토끼, 개에게 먹이를 주는 소위 ‘씰데없는(쓸데없는) 짓’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미물에게 관심과 애정이 쏟는 이유는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주인공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위에도, 풀에도, 산에도 그만의 소중한 존재 가치가 있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회 운동과 환경 운동에도 뛰어들었다. 영남 대학교 환경 대학원 고급 관리자 과정과 계명 대학교 정책개발 대학원 정책결정자 과정을 수료했다. 이제는 맑은 물에 가격을 매겨 사고파는 시대가 되었구나 싶어서 대구광역시 KBS 시청자 위원회 위원과 대구광역시 수돗물 수질 평가위원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자연히 낙동강, 금호강, 운문댐, 수돗물 정수장이 활동 무대가 되었다. 거의 10년간 매월 낙동강을 방문했다.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 발전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대구 YMCA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마라톤에 매료된 이유도 환경 오염의 우려가 없는, 길이 있으면 달리기만 하면 되는 정직한 땀의 운동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경기에 참가할 때마다 나이가 지긋한 선수를 바라보는 운영 위원들의 걱정은 놀라움으로 바뀐다. 그동안 풀코스 35회(최고 기록 3시간 20분 51초), 63.3킬로미터 1회, 100킬로미터 4회를 완주했다. 2003년에는 58세의 나이로 한일 울트라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200킬로미터를 27시간 19분만에 완주하면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것 저것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70세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더 꿈꿀 수 있고, 할 일이 남아 있다. 지난 7년간 수백 권의 책을 읽어 왔지만, 아직도 궁금한 것들투성이다.

2010년 제86회 문학저널 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수필가로 등단했고, 2009년부터 <경북매일>에 총 240회에 걸쳐 칼럼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건강과 달리기』가 있다.





-차례



펴낸이의 말 -씩씩하고 기품 있는 죽음에 대하여 5

머리말 -장수 시대, 죽음과 소통하기 14

프롤로그 -요양 병원, 생명의 무게를 재는 곳 23

 

1장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만나는가

 

종착역에 모인 사람들 31

사는 문제가 곧 죽는 문제 37

마지막 순간만은 품위 있게 42

이별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다 51

누구도 대신 죽어 줄 수 없다 56

사라진 죽음의 풍경들 61

영원한 소멸, 혹은 잠깐의 이별 69

인생 최후의 동반자 74

사별가 -아내가 떠난 후 79

사별가 -남편이 떠난 후 82

어떤 죽음은 가슴에 묻는다 85

내 작은 개를 떠나보내다 89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95

 

2장 당신이 든 지팡이의 무게

 

통통배에 몸을 싣고 103

긴 밤에 찾아온 손님 108

노년의 고독은 아름답다 112

기적을 부르는 마음 115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 120

노인과 어르신의 경계 126

음지에 갇힌 노년의 성性 133

퇴직 후, 환승 열차를 놓치다 139

놀 줄을 알아야 놀지 145

 

3장 세상만사, 저마다 때가 있으니

 

쓸데없는 짓일까? 153

비목, 사상 앞에서 무너진 사랑 158

잘 가래이, 검둥아 164

까마귀를 보는 두 가지 시선 170

세상만사, 저마다 때가 있으니 176

어디로 튈지 모르는 시간 180

오래 신은 신발을 바라보며 185

성당에서 훔친 촛대 189

용서, 세월이 약이겠지요 194

 

4장 황혼에 찾은 선물

 

지나온 날들에 부쳐 201

구름 사이에 뜬 낮달 205

정직한 땀의 기록, 달리기 예찬 211

나의 울트라마라톤 정복기 215

톤즈의 눈물을 멈추다, 이태석 신부 222

노래를 부르는 밤 228

양 도둑과 성자 이야기 232

 

에필로그 -시골내기의 소풍 같은 인생 237





-책 속으로



장수 시대라고 해서 젊은이들은 기뻐하겠지만, 사실은 고통의 연장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꼬부랑 노인은 그렇게 되고 싶어서 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뼈와 마디가 닳고 닳아서 전신이 쑤시고 아프다. 많은 수의 노인들은 걷지를 못해서 누군가가 대소변을 대신 받아내야 한다. 요양 병원이란 바로 이런 어른들을 치료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마주한 삶의 마지막 순간과 죽음은 이 책을 펴내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나는 독자들에게 막연한 죽음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늘어놓기보다는, 죽음의 순간을 결정짓는 것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확신에 달려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본문 16p, 「머리말: 장수 시대, 죽음과 소통하기」 중에서

 

요양 병원이란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쉬어가는 임시 휴게소 역할을 할 뿐이다. 이 휴게소를 이용하는 손님은 ‘사망 선고’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엉크렇게 말라버린, 의식이 약한 노인들뿐이다. 중환자실에는 숨을 쉴 때 거품 소리가 나거나 의식 상태가 가물거리며, 병으로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노인들만이 들어올 자격이 있다. 나는 아직 이곳에서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한 환자와 퇴원 후 웃으면서 인사한 적은 없다. 그들의 인생은 험난하고 가파른 계곡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고생과 아픔을 겪고 난 후, 이제 허무를 벗삼아 끝맺음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저마다 쐬쐬 가쁜 숨을 내쉬며 남아 있는 체온으로 하늘나라 입장을 기다리는 그들. 나는 사망 진단서를 큰 느낌 없이 작성하지만, 당사자에게는 이승을 떠나는 여행에 필요한 티켓을 발급받는 순간이 된다.

-본문 24p, 「프롤로그: 요양 병원, 생명의 무게를 재는 곳」 중에서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통 최후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는 며칠의 시간이 걸린다. 죽음으로 떠나는 긴 여행을 하기 위해, 행장을 꾸리는 시간인 셈이다. 마지막 시점이 다가왔다는 신호가 노인의 몸에 나타나면, 병원 측은 보호자에게 연락을 한다. 보호자에게는 죽어 가는 자의 수명이 제일 소중한 것이다. 이때 수명 연장을 위해 위장에 고무 튜브를 박아서 영양 공급을 하거나, 링거 주사를 맞기를 바라는 보호자들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이렇게까지 하면서 연장해야만 하는가? 아니면 잡다한 치료 행위를 하지 않고, 옛날 사람들이 인생을 끝낼 때와 같이 존엄하게 죽는 것이 좋을까?

-본문 35p, 「종착역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폐암에 걸린 어느 할아버지는 만일 자신이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다면, “전국 금연 협회 회장을 맡아서 활동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 할아버지는 돌아가셨다. 며칠이 지나 할머니는 집 바로 앞에서 할아버지의 모자를 발견하고는 그것을 주워서 울면서 집으로 가져갔다. 그것은 남편을 상징한다고 하면서, “잘 간수해야지!”라고 했다.

노년의 모습은 ‘살아온 인생의 총결산’이다. 그의 얼굴은 이력서가 된다. 젊은이에게 요양 시설은 인생의 학교이고, 노인들은 교과서가 된다. 노인이 죽는다는 것은 도서관 한 채가 불타 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본문 43p, 「마지막 순간만은 품위 있게」 중에서

 

죽는다는 것은 정상에서 벗어나는 상태이고,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뜻을 가진 것으로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노인과 죽음’에 대해 연구한다고 하면 ‘노인을 연구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하필이면 죽음을 포함시키느냐?’라고 사람들은 반응한다. 무덤도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대화를 피하려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무도 증명해 내지 못한 미지의 땅, 적막 속에서 홀로 훌훌 떠나는 길, 모든 것과의 이별하여 영원행 버스를 타는 시간, 영화 상영 도중에 필름이 끊어져 캄캄해진 그때의 심정 등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것이 죽음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서 우리는 죽음을 두렵고, 찝찝하고, 깨끗하지 못하며, 뭔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여 말로 표현하는 대화나 생각의 범위에서 밖으로 애써 밀어내 버린다.

-본문 62p, 「사라진 죽음의 풍경들」 중에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고독을 즐길 줄 알게 되는 것이고, 영적인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규칙적인 하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노년에 접어든 이들에게 아침은 오늘도 살아 있다는 느낌과 감사로 충만한 순간이 된다. 매일 고향을 찾은 것처럼 반갑다. 세상일을 선전하기에 바쁜 TV를 꺼도 허전함을 느끼지 않는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대화가 더 즐겁다. 고독 속에서 평온하게 가라앉은 마음이 발효가 되면 더 깊은 단계로 진입한다. 바로 고요함이다. 고요는 물결이 전혀 없는 너른 바다나 깊은 산 속 암자처럼 텅 비면서도 없는 것으로 꽉 찬, 꽉 차면서도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상태이다.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 ‘절대적인 자기 존재’를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고요할 때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와 같은 존재의 신비를 생각하고 경험한다. 고요함 속 침묵은 정체 상태나 죽음이 아니라, 절대적인 살아 있음의 증거다. 무언가를 꾸미거나 조작하지 않은 깨끗하고 맑은 상태이다.

-본문 113~114p, 「노년의 고독은 아름답다」 중에서

 

들에 버려진 고양이가 집 근처에서 새끼 세 마리를 낳았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이놈들을 발견하고 난 후 먹이로 ‘고양이 새끼용 사료’를 사서 주었다. 이놈들은 세상의 풍파를 겪지 않아서인지 처음부터 나를 피하지 않았다. 잘하면 친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꽥꽥거리는 오리가 친구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날이 쌓이고 만남이 반복될수록 오리는 더 빠르게 나에게 다가온다. 달려오는 속도와 친밀감은 비례하는가 보다. 오리가 달리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다른 종류의 동물들이 달리는 속도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오리가 뒤뚱거리면서 빨리 오려고 애써 노력하는 어설픈 모양새를 보면, 어딘지 뭉클하다. 보신탕 재료로 쓰이느라 개 도둑에게 끌려 나가는 겁에 질리고도 슬픈 눈의 멍멍이를 TV에서 본 적이 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는 생명체가 품고 있는 우주 안에서 존재와 소멸이 걸린 문제다. 인간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 약한 짐승들을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두둔할 수 있을까?

-본문 155~156p, 「쓸데없는 짓일까?」 중에서





-출판사 책 소개



가장 쓸쓸한 말년이 펼쳐지는 곳,

요양 병원에서 10년을 근무한 의사가 말하는

죽음과 이별, 후회 없는 인생 후반전!

 

죽음이 그리 거창하기만 한 사건은 아니다. 여름철에 손바닥 사이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유명을 달리하는 모기, 아스팔트 위에서 로드킬을 당한 비둘기, 걸어가는 순간에도 신발 밑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이름 모를 미물들까지, 도처에는 죽음이 있다. 단지 우리가 마음 속 깊이 담아 두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죽음을 체감하게 되는 때가 온다. 대체로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애완동물들은 주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이때 가까이 두고 정을 쌓은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깊은 상실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오죽하면 ‘애견사망증후군’이라는 병명이 있을 정도다. 또한 장례식장에서 영정 사진을 마주하게 되면, 사진 속 인물이 꼭 가족이나 친지가 아니더라도 마음 한켠이 내려앉는다. 관념에 머물던 죽음이 비로소 실체가 되어 떠오르는 것이다.

한편 직업상 죽음을 상시적으로 접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조업체의 장례도우미, 법의학자, 부검 전문가,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 등이 될 것이다.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죽음을 접할까. 죽음에 익숙해지거나 무뎌졌을까, 아니면 극도로 민감하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을 숙명으로 여기면서 살아갈까. 『죽음을 마주하는 시간』의 저자 역시 일상적으로 죽음을 접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접하는 죽음은 드라마틱하거나 갑작스러운 종류의 죽음이라기보다는, 은근하고 쓸쓸한 죽음에 가깝다. 저자는 임종을 앞둔 노인들을 치료하는 요양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70세가 된 지금까지 의료계에 몸담아 온 그는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를 거쳐 요양 병원에서 근무한 지 만 10년이 되었다. 평균적으로 주 1회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고 하니, 10년이면 수백 명이 침상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지켜본 셈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에는 요양 병원의 풍경과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죽음들에 대한 성찰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 저자가 자주 접하게 되는 연명 치료에 대한 문제의식이 도드라진다.

 

의사라면 보통 생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의료 행위를 해야 하지만 요양 병원의 경우는 좀 다르다. 고통스런 시간만을 연장시킬 뿐인 치료가 과연 필요한지, 나는 매일 내가 하고 있는 진료 행위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들이 약물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단지 평균 수명 연장이라는 국가 통계에 기여할 뿐인 것 같다. 이런 노인에게는 오히려 과거에 집에서장사 지내듯이, 자연사하는 과정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러나 법은 이들에게 주사 등으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소홀히 하는 것으로 보아 그런 의사들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의식 없는 노인에게는 치료 행위가 고통의 연장밖에 되지 않더라도 생명을 연장시켜야 한다. 그럴수록 하늘이 점지한 사망 날짜는 점점 늦어진다. 나는 이런 진료 행위 때문에 내가 죽으면 하늘나라에서 처벌을 받지나 않을까 두려운 마음을 늘상 가지고 있다.

- 본문 24~25p, 「요양 병원, 생명의 무게를 재는 곳」 중에서

 

연명 치료를 중단하는 것과 관련해 존엄사 및 안락사를 법으로 인정할 것인지의 여부는 전세계적으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다. 최근 영국의 한 70대 여성이 안락사가 허용된 스위스에서 의도적인 죽음을 택함으로써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안락사와는 달리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게 하는 것이 바로 존엄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9년 폐암 조직검사를 받다가 회복 불능 상태가 된 김할머니의 연명 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소송이 벌어졌고, 결국 대법원이 가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을 계기로 존엄사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최근 ‘연명의료결정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존엄사가 생명 경시를 부추기고 약자의 인권을 해친다는 주장도 거세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죽음이 국가에 의해 정책적으로 다루어지는 사회 현상이 되어, 복지 국가 수준의 사망률을 유지하는 데만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현실에 개탄한다. 의사 역시 환자의 죽음이 가진 정서적, 영적, 사회적 의미보다는 치료와 검사를 통한 결과에만 집중한다. 장례 문화도 생기를 잃었다. 산 자와 죽은 자가 어우러진 떠들썩한 축제와도 같았던 전통적인 상가집의 풍경 대신, 저마다 규격화된 음식을 먹고 급조한 슬픔을 내보이며 봉투를 전하기 바쁘다. 저자는 이런 신(新) 풍속도를 ‘돈벌이 장례와 사교 조문’이라는 말로 신랄하게 표현한다.

 

여러 나라에서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가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이상적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신체뿐 아니라 정신과 영적인 면을 돕는 호스피스 완화 의료 인력이나 시설에 대한 법적인 시행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세제 혜택이나 말기 환자를 위한 재정적 지원, 공익재단 설립이나 예산 지원 확대, 그리고 호스피스 제도의 건강보험 인정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다행히도 호스피스 제도는 금년 7월부터 보험에 인정되었다). 또한 일반인들에게도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공감대를 심어 주고, 사회적인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겠다. 이를 통해 어린이에서부터 청년, 장년을 거쳐 노년으로 이어지는 보건의료 정책의 마지막 부분을 호스피스와 함께하는 임종으로 장식하는 것은 어떨까.

- 본문 49p, 「마지막 순간만은 품위 있게」 중에서

 

저자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호스피스 제도의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고독하게 죽어가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아 왔기 때문이다. 의료 기술의 발달과 복지 수준의 향상으로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은 과연 축복일까? 생애 주기상에서 노년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길게 늘어났지만, 노인 복지 현황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존엄사 논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노인으로 살기도 힘들지만 잘 죽는 것도 어려운 시대다. 연장자의 권위가 인정받던 과거에 비해 노인의 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하고 있다. 새로운 것, 혁신이 대접을 받고 낡은 것은 여지 없이 폐기처분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죽음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필연적으로 노인들의 삶으로 주제를 옮겨간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저자 스스로도 70세의 완연한 노년기에 접어든 입장에서 노년층에 대한 방어적이고도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법도 한데,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년층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작가 프루스트는 “청춘기는 꽤 오래 지속된다. 그러나 인생은 바로 이런 청년들을 노인으로 만들어 버린다”라고 지적했다. 젊은이들은 노년기까지 남은 시간을 영원에 가까울 만큼 길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싯다르타처럼 우리 내면에 이미 노인의 형상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노인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복지 시스템의 새로운 국가적인 기획, 인식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 문화 사업의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빠져서는 안 될 것이 바로 노인 스스로의 각성이다.

- 본문 130p, 「노인과 어르신의 경계」 중에서

 

 

저자가 노년층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자녀에게 의존하는 태도, 퇴직 후에 가족 중심적으로 변해 집안의 무료한 일상 뒤에 숨는 태도, 존경과 권위에 집착해 젊은 시절의 영광에만 사로잡힌 태도 등이 있다. 저자가 이런 자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그 자신이 대구 광역시 수돗물 수질 평가위원회 회장 등을 맡아 10년이 넘도록 환경 운동에 매달린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올바른 죽음관을 가지고 하루하루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인생에서 보답이 온다는 것을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밝히고 있다. 마라톤, 봉사활동 등으로 바쁜 그의 삶은 죽음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죽음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삶이 더욱 빛난다는 것을 이 책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된다.


『죽음을 마주하는 시간』은 죽음의 순간들을 첨예하고도 세밀하게 묘사한 책은 아니다. 현대 의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과감한 비판 정신을 담은 책도 아니다. 한평생을 의학에 몸담아 온 정이 많은 의사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죽음과 인생의 마지막 순간들에 대해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다. 잔소리라고 보기에는 어조가 간절하고, 최대한 쉽게 써서 보는 사람을 편하게 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고대로부터 수많은 철학자들이 죽음을 논해 왔고, 영화나 문학 작품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이 죽음이다. 누구나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영원히 신비로운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것 역시 죽음이다. 한 사람의 노인이 떠나는 순간에도 새로운 생명이 자궁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온다. 겨울은 앞둔 가을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나 또 다시 봄은 찾아올 것이므로, 지금 떨어지는 낙엽 하나하나에 슬퍼하기보다 이 책을 한번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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