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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제목 말하지 않는 한국사
도서정보 최성락 지음ㅣ가격: 14,800원ㅣ분야: 역사ㅣISBN 9791186256107 (03900)

검정 교과서에도 없고 국정 교과서에도 없을 그런 역사가 있다?

삼국시대부터 근현대까지,미화되고 축소된

한국의 치부와 뒤틀린 과거에 주목하다!

  

※주의※

진지하고 교양 있는 독자 분들이 뒷목을 잡을 수도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책 소개


『말하지 않는 한국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취지로 씌어진 책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검정 교과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국정 교과서에서도 다루지 않을 내용들을 써내려간 책에 가깝다. 너무도 사소하고 지엽적이거나, 애국심과 자긍심을 가지는 데 방해가 되거나, 언급하는 순간 낙인이 찍힐 수도 있는, 그 모든 내용들을 근대 이전부터 현대까지 42가지 주제로 나눠서 조목조목 따져본다.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엄정하고도 체계적으로 구성된 본격 역사서와는 거리가 멀다. 정설로 굳어진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같은 사건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사 에세이 또는 칼럼에 가깝다. 단문 위주로 경쾌하게 서술되어 있으며, 반론을 의식해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방어막을 치지도 않는다. 저자의 주 전공이 역사학이 아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끌어오는 비유들도 신선하다. 충선왕이 원나라에서 고려를 다스린 것을 두고 중소기업 사장 자리보다 삼성전자 전무 자리를 택한 경우로 해석하는가 하면, 조선 말기 하급 관리의 연봉 책정을 경찰차의 기름값을 지원해주지 않았던 정부의 사례에 빗대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아무리 한국 역사의 치부를 숨겨도 다른 나라들에 의해서 결국 밝혀지고 말 것’이라고 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벌어진 일일수록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이고, 언제 또 비극이 되풀이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독자들이 이 책을 펼쳐본다면, 그동안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역사 인식의 틀에 신선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최성락

  

1960년대 끝자락에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80년대 끝자락에 대학에 들어갔다. 소위 386세대 중 막내이다. 사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시험 점수와 장래를 걱정하는 주변의 입김 등으로 인해 결국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에도 대학원에서 행정학과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한번 관심을 둔 분야는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끊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역사 관련 서적은 왠지 모르게 자꾸 보게 되고, 전공 분야에서도 경제사나 경영사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주 전공도 아니면서 역사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다. 어쩌면 주제 넘는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

한 출판사에서 대학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주 전공도 아니면서 정말 드물게 조선왕조실록 400권을 다 가지고 계시네요’라는 말을 했다. 비록 학술 서적이나 역사 연구 서적만큼의 전문성을 갖추는 데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꽤 오랜 기간 한국사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역사에 대한 단상 정도는 써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굳이 반복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는 피하려고 했다. 잘 쓰여진 좋은 책들이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스로도 놀라웠던 사건, 당혹스러웠던 이야기를 묶다 보니 불편한 책 한 권이 나왔다. 하지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하고, 독자 여러분에게도 그런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 과정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정책사례 연구』(공저), 『같은 방향 다른 행로?』(공저), 『우리는 왜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가』 등이 있다.

  



-목차

  

005 … 들어가는 글 - 바탄, 죽음의 행진과 한국 역사 이야기

  

1장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한국의 영토가 만주까지 넓어졌을까?

-근대 이전의 한국사

  

017 …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는데 고구려는 왜 당나라 땅이 되었을까?

022 …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한국의 영토가 만주까지 넓어졌을까?

027 … 10만 명의 백제인이 일본군을 따라서 망명한 이유는?

032 … 충선왕이 원나라에서 고려를 다스렸던 이유는?

037 … 임진왜란은 일본의 기습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다?

043 … 조선이 통신사를 보내 일본을 가르쳤다?

049 … 통신사 김성일이 제대로 보고했다면 임진왜란을 막을 수 있었을까?

054 … 병자호란의 시작, 청나라 황제의 즉위식 때 벌어진 일은?

059 … 조선 시대의 당쟁이 목숨을 건 다툼이 된 이유는?

064 … 조선 시대에는 왜 그렇게 탐관오리들이 많았을까?

069 … 조선 왕실은 공명첩을 판 돈을 어디에 썼나?

074 … 외국인이 조선의 백성들을 보고 한탄한 이유는?

  

2장 일제시대의 한국 발전을 논하는 것은 금기다?

-근대의 한국사

  

081 … 근대화가 늦어 뒤쳐진 것일 뿐, 한국은 원래 잘살았다?

085 … 조선 말기, 근대화를 막은 결정적인 요인은?

090 … 조선이 일본의 국서를 거부한 까닭은?

095 … 한국을 괴롭힌 나라가 일본뿐일까?

101 … 조선이 청나라에 파병을 요청한 어처구니없는 이유는?

106 … 로마노프·야마가타 의정서의 비공개 조항은?

111 … 일제시대의 한국 발전을 논하는 것은 금기다?

116 … 창씨개명을 한 사람은 모두 친일파일까?

  

3장 한국의 바닷길이 끊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현대의 한국사

  

123 … 북한의 지도자를 결정한 것은 소련이었다?

129 … 하늘에서는 남한이 먼저 북한을 침략했다?

135 …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사망자 수가 압도적이었던 까닭은?

140 … 미군의 흥남 철수 작전이 유명한 까닭은?

146 … 1950년대, 미국의 원조가 없었다면?

152 … 국민들은 왜 유신헌법에 찬성표를 던졌을까?

158 …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 선거 단일화에 실패한 이유는?

164 … 한국의 바닷길이 끊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69 … 한국이 강대국이 될 수 없는 지정학적 숙명은?

175 … 연합국이 한국에 독도를 돌려주지 않은 이유는?

180 … 울릉도 옆에 있는 섬은 죽도일까, 독도일까?

184 … 국제사법재판소는 한국의 손을 들어줄까?

  

4장 한국의 금속활자가 세계사에서 중시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문화와 사람들

  

191 … 이순신을 상사로 모셨던 원균의 마음은 어땠을까?

196 … 조선은 왜 하멜을 놓아주지 않았을까?

201 … 암살자 홍종우, 국민적 영웅이 되다?

206 … 한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세 명의 외국인은?

212 … 중국 음식점의 주인이 화교가 아닌 이유는?

218 … 한국의 금속활자가 세계사에서 중시되지 않는 이유는?

223 … 중국과 일본을 떠돌다 돌아온 세한도의 운명은?

228 … 도둑맞은 문화재보다 내다 판 문화재가 더 많다?

233 … 한자 공부가 중국어 공부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238 … 태극기와 무궁화는 한국 문화를 대표하고 있을까?

  

244 … 나가는 글

248 … 참고문헌





-책 속으로

  

일본 내에서만 자위적으로 이런 왜곡을 감행한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들의 결점은 작게 축소하고 포장하고 싶게 마련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계에는 일본 말고도 많은 나라들이 있다. 일단 필리핀 마닐라에는 바탄 행진길이 관광지가 되어 있다. 일본이 전범으로 처벌받은 항목에도 ‘바탄, 죽음의 행진’이 들어 있다. 지금도 일본 외 다른 곳에서는 포로들에 대한 대표적인 학대 케이스로 ‘바탄, 죽음의 행진’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인들이 ‘바탄의 행진’만 알고 이것이 ‘죽음의 행진’이었다는 것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바탄의 행진이 악명 높은 죽음의 행진이었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바탄의 행진에 대해 변명을 하거나 사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사실 그 자체로서의 역사를 알고는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비극적인 역사였는데, 이를 긍정적인 역사로 뒤집어서 이해하면 안 되는 것이다.

비단 일본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역사를 비트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한국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굳이 아픈 과거를 들추어낼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묻지 말라고 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지금 문제없이 잘살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 7p, 「들어가는 글」 중에서

  

고구려의 주적은 중국이었다. 그리고 한반도 남부의 백제, 신라도 적이었다. 전선이 두 개로 갈라졌기 때문에 한곳에 전념을 다하지 못했다. 전력을 둘로 나누었는데도 중국을 그렇게 괴롭히고 백제, 신라를 넘어서는 전력을 보인 것을 보면, 고구려는 분명 강국이었음에 틀림없다.

만약 고구려가 백제, 신라를 통일했다면 어땠을까? 그동안 둘로 나누어진 전력을 이제 중국 쪽에 전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동, 만주, 한반도에 세력을 다진 국가는 항상 중국 중원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니 아마도 고구려는 중국 중원에 들어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금나라, 원나라, 청나라 등과 같이 고구려는 중국 중원을 다스렸을 것이다. 한국의 역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광활하고 찬란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백제, 신라를 합병하고 중국 중원에 진출한 고구려는 과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중국 중원은 다시 한족에게 내준다고 치자. 그렇다면 요동, 만주에서는 계속 독립국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 25p,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 한국의 영토가 만주까지 넓어졌을까?」 중에서

  

대마도는 임진왜란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일본국의 이름을 빌어 조선과의 협상을 계속한다. 일본 국왕의 이름, 일본 쇼군의 이름으로 국서를 쓰고, 그 국서를 대마도 신하의 손에 들려 조선에 보낸다. 그러면 조선은 일본 국왕이 보낸 친서라 하여 그 사신을 예의에 맞게 대응해주었다. 대마도에서 보낸 국서의 내용과 사신의 말들은 조선의 입맛에 꼭 맞았다. 조선이 상국이고, 문화국이니 일본에 많이 가르쳐달라는 식의 말들이었다. 대마도는 이런 국서를 이용해서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 어차피 거짓말이니 무슨 말을 해도 상관이 없었던 것이고, 조선이 원하는 말, 좋아하는 말로 거짓 국서를 써서 보냈다.

조선 국왕은 국서를 받으면 답장을 했다. 그리고 상국으로서 일본 국왕에게 도장과 선물들도 보냈다. 하지만 조선이 보낸 선물과 편지는 모두 대마도에서 챙겼다. 일본 국왕, 그리고 일본 막부는 대마도와 조선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몰랐다.

- 46~47p, 「조선이 통신사를 보내 일본을 가르쳤다?」 중에서

  

조선 시대, 특히 조선 말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유명하다. 어느 외국인은 조선에 와서 조선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게으른 사람들은 처음 본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려고도 하지 않고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 외국인은 조선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미래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외국인이 한반도 북쪽 간도를 방문하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조선 말에 조선 사람들이 만주의 간도로 이주를 했다. 그런데 간도에 있는 한국인들은 정말로 열심히 일을 했다. 눈망울도 또랑또랑하고 열심히 개간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 외국인은 간도의 한국인들을 보고 놀란다. 분명 같은 한국인인데 조선에 있는 한국인은 게으른 데다가 미래가 없어 보이고, 간도의 한국인들은 명민하고 부지런하다. 어떻게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이 외국인이 알아낸 것은, 조선에서는 관리들이 백성들을 엄청나게 수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성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재산을 모으면, 관리들이 그 재산을 모두 가져가버린다. 농산물의 수확량이 증가하면 증가분을 관리들이 모조리 가져가버린다. 그러니 열심히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다. 재산을 모으려고 열심히 살 필요도 없다. 어차피 관리들이 다 빼앗아가니 모두 다 부질없는 짓이다.

- 75p, 「외국인이 조선의 백성들을 보고 한탄한 이유는?」 중에서

  

우리는 당시 친일파를 비난하고 친청파, 친러파에 대해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당시 조선은 친청파, 친일파, 친러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런데 결국 친일파가 승리했기 때문에 조선이 일본에 합병당하는 사태까지 간 것이다. 친청파, 친러파의 세력이 강했다면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즉, 일본은 비난하지만, 청나라와 러시아에 대해서는 큰 비난을 하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말 일본보다 더 나은 존재였을까?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가 조선에서 주도권을 가졌다면 일본에게 당한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았을까? 그리고 조선은 식민지가 아닌 자주독립국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까?

지금 우리는 조선이 결국에는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 일본만을 비난한다. 하지만 일본 이전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청나라였다. 청나라가 조선을 괴롭힌 역사는 일본 못지않다. 청나라나 일본이나 조선을 옥죄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 95~96p, 「한국을 괴롭힌 나라가 일본뿐일까?」 중에서

  

일본에 의해서 이루어진 한국의 공업화가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주요 공장은 거의 다 북한 지역에 있었다. 만주의 일본군을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니 만주와 가까운 북한 지역에 공장을 만든 것이다. 해방 이후 그 공장들은 모두 북한 소유가 되었고, 남한은 별다른 이익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북한에 있는 공장들 역시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전쟁 초기에 모두 파괴되고 만다.

일본에 의한 공업화가 현대 한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이루어진 공업화로 인해서 주민들이 더 잘살게 된 것은 분명하다. 농사를 짓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노동자 외에 사무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예전에는 서당만 다닐 수 있었는데, 이제는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선생이 될 수도 있었고, 옷도 다양하게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조선 시대 때보다 일제강점기에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 114~115p, 「일제강점기의 한국 발전을 논하는 것은 금기다?」 중에서

  

북한 전투기는 전투기라고 할 것도 없었다. 하늘을 날아다니기는 했지만 미군 전투기와 상대할 수 있는 기종이 아니었다. 남한의 서울, 대전, 낙동강 등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미군 전투기는 하늘에서 한반도 전역을 휩쓸고 다녔다. 북한군을 공격했고, 북한의 군수공장과 주요 기반시설들을 폭격했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했다는 소식에 기뻐하기도 전에, 미군의 폭격부터 맞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미군 전투기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폭탄을 떨어뜨리는 통에 북한군이 남한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것을 즐거워할 시간도 없었다. 북한 사람들에게 전쟁은 그렇게 시작됐다.

- 131~132p, 「하늘에서는 남한이 먼저 북한을 침략했다?」 중에서

  

한국은 부정선거 때문에 혁명까지 발생했던 국가이다. 이승만의 1공화국은 선거 부정 때문에 뒤집어졌다. 1960년 4.19 혁명은 3.15 부정선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왜 계속 부정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1960년대에는 부정선거 때문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났는데, 1970년대에는 명백히 부정선거로 의심되는데도 국민들이 왜 가만히 있었을까?

당시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부정의 정도였던 것 같다. 부정선거가 있었다고는 해도, 결과 자체를 뒤집지는 않을 정도의 선거 부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결과를 바꾸는 정도에 이르는 부정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1960년에 일어난 4.19 혁명도 단순히 부정선거 여부 때문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부정선거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1960년에 이루어진 선거는 부통령의 선거 결과를 바꾸는 정도로 이루어졌다.

1960년대, 1970년대 대통령 선거, 유신헌법 선거에 부정은 있었다. 하지만 그 부정이 투표 결과를 바꾸는 정도의 부정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유신헌법, 박정희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계속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은 게 아니었을까?

- 156~157p, 「국민들은 왜 유신헌법에 찬성표를 던졌을까?」 중에서

  

주변국들이 한국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 한국과 일대 결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그냥 바닷길만 끊으면 된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으로 오는 바닷길을 막고 유조선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만 막으면 된다. 한국의 석유 비축량은 90일 정도이다. 유조선의 입항을 90일 정도만 막으면 한국은 원시사회가 된다. 비행기, 탱크가 아무리 좋아도 석유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한다. 길거리에 자동차는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모두 걸어다녀야 한다. 전기도 끊긴다. 석유, 석탄 등이 들어오지 못하면 발전기를 돌릴 수가 없고, 전기가 끊기면 우리는 현대 문명의 모든 것과 작별해야 한다. 전 국민이 단결한다고 해서 판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은 저 멀리 태평양에서 유조선이 들어오는 것만 막을 뿐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총을 쏠 수도 없고, 대포를 쏠 수도 없다.

뱃길을 막으면 식량도 들어오지 않는다. 지금 한국의 식량 자급도는 20퍼센트 정도이다. 만약 식량 수입이 불가능해지면 지금 한국 사람의 80퍼센트는 굶어 죽게 될지도 모른다. 먹는 양을 줄여서 더 많은 사람이 살아갈 수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좁은 땅에서 생산되는 식량만으로 5천만 명이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 166~167p, 「한국의 바닷길이 끊어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중에서

  

서구에서는 금속활자의 발명을 통해 다양한 책이 만들어졌다. 구텐베르크가 처음 만든 책은 성서다. 구텐베르크가 성서를 처음 만든 이유는 그 내용에 감복해서가 아니다. 그때까지 나온 책 중에서 성서가 가장 잘 팔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성서를 찍었고, 그 이후에는 일반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을 찍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잘 팔리는 책은 비슷하다.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책들이 주로 만들어졌는데, 소설, 에로물 등이 그것이다. 서구에서 금속활자가 만들어진 이후 유행한 책들은 대개 그런 류의 책들이다. 사상적으로 뛰어나고, 전문적인 양서들은 주가 아니었고, 전체 출판 규모로 볼 때 간간히 출간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고려나 조선 왕조에서는 정부가 활자를 만들고 책을 찍었다. 때문에 소설이나 에로물 같은 걸 찍을 수는 없었다. 용비어천가나 경전 같은 책만 찍으니, 몇천 몇만 부씩 찍어 많은 사람에게 팔기보다는 정부의 필요에 따라 몇백 부만 찍으면 됐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책을 찍는 데에는 금속활자도 필요 없다. 그냥 나무활자로 충분하다. 그래서 이미 려 때 금속활자가 만들어졌음에도, 이후에 다시 나무활자가 나타난다. 비싼 돈을 들여서 금속활자를 만들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221~222p, 「한국의 금속활자가 세계사에서 중시되지 않는 이유는?」 중에서





-출판사 책 소개



검정 교과서에도 없고 국정 교과서에도 없을

그런 역사가 있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위, 국정화에 반대하는 취지를 담은 역사 단행본 출판, 국정화에 반대하는 각계 단체의 성명과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 그 어느 때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런데 『말하지 않는 한국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취지로 쓰여진 책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검정 교과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국정 교과서에서도 다루지 않을 내용들을 써내려간 책에 가깝다. 그런데 과연 그런 내용이 있을까? 설사 있다 하더라도 지금껏 ‘말하지 않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너무도 사소하고 지엽적이거나, 애국심과 자긍심을 가지는 데 방해가 되거나, 언급하는 순간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든지……. 『말하지 않는 한국사』에는 이 모든 내용들이 다 포함되어 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온통 의문 부호로 점철된 목차도 범상치 않은, 위험하고도 불편한 책 한 권이 나왔다.

저자는 근대 이전부터 현대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 외면하거나 감추고 있었던 진실들을 42가지 주제로 나눠서 조목조목 따져본다.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다면?’과 같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가정에 대해 ‘고구려는 결국 중국의 속국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단언하기도 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전쟁은 북침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상상은 순식간에 비약하기도 하고, 끝도 없이 암울해지는가 하면 절망이 극에 달할 때쯤에는 논의를 마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자유롭고 또 자유롭다. 저자가 행정학․경영학 박사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 전공이 역사학이 아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끌어오는 비유들도 신선하다. 충선왕이 원나라에서 고려를 다스린 것을 두고 중소기업 사장 자리보다 삼성전자 전무 자리를 택한 경우로 해석하는가 하면, 조선 말기 하급 관리의 연봉 책정을 경찰차의 기름값을 지원해주지 않았던 정부의 사례에 빗대기도 한다.

바야흐로 국제화 시대이다.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의 실황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일본 총리가 신사 참배를 하면 한국, 미국, 중국 등이 연달아 성명서를 통해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아무리 한국 역사의 치부를 숨겨도 다른 나라들에 의해서 결국 밝혀지고 말 것’이라고 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벌어진 일일수록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지 않으면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이고, 언제 또 비극이 되풀이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정당화, 독재 옹호?

금기를 넘나드는 도발적이고 속도감 있는 문장!

  

이 책은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엄정하고도 체계적으로 구성된 본격 역사서와는 거리가 멀다. 정설로 굳어진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같은 사건을 다른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역사 에세이 또는 칼럼에 가깝다. 단문 위주로 경쾌하게 서술되어 있는 데다가, 반론을 의식해 가치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방어막을 치지도 않는다. 특히 지금까지도 해석에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많은 근현대사를 보는 관점은 과감하다 못해 용감하기까지 하다. ‘일제 시대가 암흑기이기는 했지만, 굶어 죽는 사람이 줄어들고 생활수준이 높아졌다’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자칫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한다는 오해를 살 법도 하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에 대한 투표가 부정선거이기는 했지만, 결과를 바꿀 정도는 아니었고 국민들의 선택이었다’라는 대목은 독재를 옹호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새로 만들어질 국정 교과서의 논지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석이 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저자는 애초에 특정 사관이나 학파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래서 각각의 주제는 진보와 보수, 친일과 친미 등의 기준으로 나뉠 수도 있겠지만, 한 권의 책으로서는 그 어느 쪽에도 속하기를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 엄숙하고 비장하게 역사를 배우고 가르치는 이들에게 『말하지 않는 한국사』는 치기 어린 반항아 같은 책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질문들을 곰곰이 따져 보면 막상 틀린 말은 없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라는 저자의 제안에 거부감이 드는 것은, 그동안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의 가치는 금기시되는 관점이나 주목하지 않았던 사실에 대해 자유롭게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저자의 의도는 한국 역사에서 사실 그대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조선 말기의 정부가 얼마나 무능했는지, 일본에 선진 문화를 전파해준 통신사 행렬이 어떻게 대마도의 농간에 속아넘어 갔는지, 한국전쟁이 참혹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를 모른 채로 인정하지도 않는다면 지난 날의 과오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여지도 사라지게 된다. 『말하지 않는 한국사』는 분명 잘 읽히는 책이지만, 소화하기에는 어렵고 불편한 책이다.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독자들이 이 책을 펼쳐본다면, 그동안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역사 인식의 틀에 신선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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