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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보 업튼 싱클레어 지음·채광석 옮김 방현석(소설가·노동운동가, 현 중앙대 교수) 해설 │14,800원 │ 분류 : 문학, 영미소설 ISBN 9788992920292 03840


 

아메리칸 리얼리즘의 정수!

20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록!

『정글』공식 출간!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만큼 혁명적이다. ― 『뉴욕 타임스』

 

『정글』은 임금노동자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이다. ― 잭 런던

 

업튼 싱클레어는 자본의 정글에 던져진 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을 통하여 20세기 자본주의의 잔혹한 맨얼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어디까지 모욕할 수 있는지를 소름이 돋도록 밀어붙이는 싱클레어의 냉철한 문체는 아찔한 현기증을 불러일으킨다. 방현석(소설가, 중앙대 교수) <작품 해설에서 p. 590>

 

작가는 이 가련한 주인공을 어떤 인간상으로 귀착시킬까. 유르기스와 같은 인간상은 산업사회가 지속되는 한 언제나 속출할 것이며, 그 앞날은 언제나 비참하고 험난하다. 이 소설로 식품위생법은 정비되었지만 노동자들의 생활개선이나 작업환경은 역시 그대로인 것은 유르기스 같은 인간상이 갈 수밖에 없는 길이 무엇인가를 암시한다. ― 임헌영(문학평론가)

 

1. 책소개

고리끼의 『어머니』에 비견되며 현대리얼리즘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업튼 싱클레어의 『정글』 공식 판본이 페이퍼로드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미국 노예제의 비참함을 폭로해 노예해방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스토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만큼 미국 사회에 획기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회 고발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리투아니아 출신의 건장한 청년 유르기스가 그의 애인 오나 일가와 함께 신대륙이라 불리던 미국으로 이주해 온 뒤 겪는 비극적인 삶을 냉정한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렸다. 7주간에 걸친 시카고 도축장 취재를 통해 얻은 사실을 기초로 묘사한 미국 정육업계의 비인간적인 노동조건과 도축과정의 비위생적인 실태는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출간 2주 만에 25천 부가 팔린 이 소설 때문에 미국 내 햄소시지 판매는 물론 해외수출량까지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급기야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 대통령은 작가와의 면담을 통해 실태를 파악한 뒤 식품의약품위생법과 미국식품의약국(FDA) 설립을

지시하기에 이르게 되었다.(이에 대해서는 뒷부분에 상술함)

 

후일 작가가 “나는 사람들의 심장을 겨냥했는데 어쩌다보니 위에 명중하고 말았다”며 먹거리 위생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 때문에 애초 의도했던 임금노동자의 비인간적인 삶의 조건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1979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채광석 선생의 번역본으로 광민사에서 출간됐다. 출간 직후 판금조치를 당하기도 했던 이 책은 사실 문학평론가이자 인하대 교수인 김명인, 풀빛출판사 주간 채희석을 비롯한 서울대 언더 서클 멤버들이 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초역한 것을 채광석 선생이 마무리를 맡아준 것이다. 페이퍼로드에서는 『정글』의 문학적ㆍ사회적 가치가 현재도, 아니 지금 더욱 더 빛을 발한다고 판단해 저작권자와 공식 계약하고 공식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30년 전 번역본을 기초로 했지만 페이퍼로드 편집부의 원문 대조와 교열 작업을 통해 현대적 감각에 맞게 새롭게 편집했다.

 

리투아니아 출신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극적인 삶

 

“이 끔찍한 책은 가장 단단한(아둔한) 머리도, 가장 가죽처럼 질긴 가슴도 꿰뚫고 들어간다”

윈스턴 처칠

 

 읍 소재지에 한 번 가본 적이 없는 리투아니아의 순박하고 건장한 청년 유르기스는 약혼녀 오나 일가와 시카고 가축 수용장 지대로 들어온다. 신대륙에서의 희망찬 삶을 기대하고. 남자들은 도축장에서, 여자들은 통조림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들에게 시카고는 거대한 자본의 정글에 다름 아니었다.

그들의 첫 번째 꿈은 집이었다. 집은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이정표였다. 그들은 가진 돈을 모두 털어 할부주택을 구입했고, 매월 할부를 갚아나가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나 운명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할부주택 계약서에 숨겨진 속임수를 알았을 때는 너무 늦은 다음이었다. 그들이 ‘내 집’을 위해 기꺼이, 혼신을 다해 지불했던 할부대금은 교활하고 탐욕스런 자본의 먹잇감이었다.

 

희망이 흐려졌지만 유르기스의 식구 중 누구도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유르기스는 변함없이 열심히 일했다. 오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머지 식구들도 모두 일을 나갔다. 이제 열네 살에 불과한 스타니슬로바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럼 회사의 돼지기름 가공 부서에 배치된 이 아이는 죽음이 그를 데려갈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해야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노동 조건은 참혹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저마다 특별한 질병에 걸려 있었다. 운반차를 몰다가 손가락이 문드러진 사람, 항상 화학 약품을 다뤄야 했기 때문에 손가락의 모든 마디가 차례차례 산에 부식되어 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 사람, 도살자, 살 가르는 사람, 각 뜨는 사람, 고기 저미는 사람 등 칼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엄지손가락이 마비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매일같이 엄지손가락의 끝부분이 조금씩 잘려 나가다가 나중엔 단지 칼을 잡을 수 있도록 눌러 주는 살덩어리에 지나지 않게 되고 말았으며 그들의 손은 수많은 칼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들에겐 손톱이 없었다. 가죽을 벗겨내느라 닳아 없어졌기 때문이다. 인공 조명등 아래서 뜨거운 수증기와 유독한 냄새를 맡으면서 일하는 조리실 일꾼들은 모두들 폐가 나빴다. 그 같은 환경에서는 결핵균이 이 년은 족히 살 수 있는데, 매 시간 새 재료와 함께 새로운 균이 공급되는 꼴이었다. 250파운드의 냉동 운반차를 운반하는 쇠고기 운반 일꾼들은 새벽 4시부터 무시무시할 정도로 힘든 일을 해야만 했으므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몇 년 못 가 쓰러지곤 했다.

 

양털을 깎아내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고기를 씻어내는 작업장의 일꾼들만큼이나 빨리 손이 망가졌다. 털이 잘 빠지게 하기 위해 산 처리를 한 양털을 맨손으로 뽑아냈기 때문에 손이 부식되어 갔던 것이다. 통조림 깡통들의 재료인 주석판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도 역시 베인 자국으로 엉망이었는데 그 자국마다 패혈증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었다. 압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거나 완전히 잊어버리고 자기 손이 찍혀 나갈 각오 없이는 도저히 주어진 속도에 맞춰 일할 수 없었다.(p. 156~157)

 

유르기스의 식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은 ‘더 열심히’ 일할 의사와 노동력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것이 살아가는 수단이 되어주지 못할 때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열여덟 살의 어린 신부 오나는 단지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감독에게 몸을 내주어야 했다. 유르기스는 아내를 유린한 아일랜드인 감독의 머리통을 내리치고 감옥으로 갔다. 식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죽어라고 벌어서 이자를 갚아오며 지키려고 했던 집도 빼앗겼다. 벌이가 없는 식구들의 수중에는 돈이 없었고, 돈이 없었기 때문에 오나는 의사의 진찰 한 번 받지 못한 채 아이를 낳다가 죽어야 했다. 유르기스의 유일한 삶의 기쁨이었던 아들은 길거리 진창에서 익사하고 만다. 절망에 지친 유르기스의 몸은 산업 재해와 알코올로 무너져 갔고, 비정규직 노동자로 품팔이에 전전해야 했다. 결국에는 강도질에 파업 파괴자, 부정 선거의 운동원 노릇까지 안 해본 것이 없게 되고 만다. 오나의 사촌 마리야는 창녀로 전락하고, 오나의 어린 동생들은 껌팔이나 신문팔이, 앵벌이로 거리에 나선다.

 

생존을 위한 투쟁과 몸부림만이 존재하는 밀림의 세계, 이윤을 위해서 생명을 담보로 벌이는 야만의 정글을 폭로한 싱클레어의 이 소설은 17개국 언어로 신속히 번역되어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은 “이 끔찍한 책은 가장 단단한(아둔한) 머리도, 가장 가죽처럼 질긴 가슴도 꿰뚫고 들어간다”고 말한 바 있다.

 

『정글』의 끝부분 29장부터 31장까지는 주인공 유르기스가 노동자로서의 좌절을 딛고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을 받아들이며 운동가로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거칠고 성급하게 사회주의를 출구로 제시한 소설의 종반부는 소비에트 블록이 붕괴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날의 눈으로 보면 ‘나이브naive’하다는 인상마저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자본의 무한 욕망을 꿰뚫어 보고, 그것이 인간을 어떤 존재가 되도록 강요하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20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의 잔혹한 맨얼굴을 드러낸 중요한 사회적 기록이자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남아 있다.

 

출간 직후 미국 햄소시지 판매량 절반으로 급감

 

“나는 사람들의 심장을 겨냥했는데 어쩌다보니 위에 명중하고 말았다.” ― 업튼 싱클레어

 

“메리 아가씨의 귀여운 양이 / 병에 걸렸네 / 메리는 양을 패킹타운(소설 『정글』의 무대)에 팔았고 / 잘 포장된 닭고기가 되었네”

 

이 짧은 노래는 1906년 미국의 정육 산업 상황을 폭로한 업튼 싱클레어의 저작 『정글The jungle』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훌륭하게 함축하고 있다. 싱클레어의 폭로로 인해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식품의약품위생법과 육류검역법을 시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후 거의 한 세기 동안 미국인들은 정부의 감찰자들이 국민들의 먹거리의 안전을 보장해 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신문기사에서 식품 안전성 위기에 관한 머리기사가 항상 적어도 하나씩은 보이는 듯하다. 오염된 시금치, 유독한 땅콩버터, 거기다 최근에는 살인 토마토의 공격마저 가세한다. 미국의 식품 규제 신뢰성의 감소로 인해 대외 정책의 위기마저 초래되고 있다.

― 폴 크루그먼, 『뉴욕 타임스』 2008. 6. 13 기고 칼럼

 

업튼 싱클레어가 시카고를 방문한 것은 1904. 당시 인기 있던 진보적 성향의 신문 『이성에의 호소Appeal to reason(소설의 p.540에도 등장함)가 그에게 시카고 가축 수용장 지대 노동자들의 삶을 취재해 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가축 수용장에 7주간 머물며 노동자들의 삶을 꼼꼼하게 취재했고(작품 첫머리에 등장하는 리투아니아 이민자들의 결혼식 파티 ‘베젤리야’도 작가가 우연히 마주친 결혼식 일행의 피로연에 초대받아 새벽 2시까지 머문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리투아니아 출신 이민자 유르기스 루드쿠스와 그의 약혼녀 오나 가족의 비극적인 삶을 중심으로 한 소설 『정글』을 완성했다. 20세기 초 비인간적, 비윤리적 조건에서 일하는 미국 노동자의 암울한 삶을 리얼하게 고발하고자 한 이 소설은 1906 2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며 예상치 않은 방향에서 미국 사회에 일대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독자들의 관심이 온통 작가가 적나라하게 묘사한 육가공업체의 위생 상태에 집중되었던 것.

 

“쓸모없는 것은 아마도 돼지들의 꽥꽥거리는 소리뿐일 것”이라는, 거대한 규모로 산업화된 육가공업체들의 위생 상태는 한 마디로 구역질나는 것이었다.

 


미국 내 햄소시지의 판매가 절반으로 감소한 것은 물론 미국 육류의 해외 수출도 절반으로 곤두박질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앞으로 무수한 항의 편지가 배달됐다. 싱클레어도 3 10일 루스벨트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정글』 출간 이후 패킹 타운 육가공업체들의 경계로 실상을 보기가 더 어려워졌으며, 조사관을 파견하려면 자신이 취재할 때 한 것처럼 노동자로 위장해야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난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루스벨트는 직접 시카고로 조사관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싱클레어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면담했다. 육가공업자들 또한 그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면하기 위해 검사를 강화할 것을 건의했다. 이렇게 해서 그해 6월 식품의약품위생법(The Pure Food and Drug Act)과 육류검역법(The Meat Inspection Act)이 제정됐고 이어서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설립됐다.

 

『정글』 출간 이전에도 식품 가공의 위생에 대한 문제 제기가 가끔씩 있어 왔으나 업계의 눈치를 보던 의회가 입법을 추진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정글』이 일으킨 국민적 분노에 힘입어, 루스벨트 행정부는 보수적 의회를 제압하고 입법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커다란 사회적 반향으로 인해 『정글』은 미국 문학사에서 스토 부인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이후 미국 사회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문학 작품으로 자리매김됐다.

 

2. 저자 소개

 

업튼 싱클레어(Upton Beall Sinclair, 1878~1968)

 

업튼 싱클레어(Upton Beall Sinclair) 1878 9 20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출생했는데, 그의 가계는 남부의 몰락한 귀족 집안으로 아버지는 주류 판매업자였다. 10살 때 뉴욕으로 이사, 15살 때부터 돈벌이용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불우한 작가는 뉴욕 주립대학을 거쳐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했는데 싸구려 소설로 학비를 충당했다.

1901년부터 몇 편의 소설을 발표했으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06년 시카고 식육 공장 지대의 비인간적 상황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한 『정글The Jungle』을 출간해 일약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정열적인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던 그는 『정글』의 성공으로 얻은 수익금으로 뉴저지 주 잉글우드에 Helicon Home Colony를 세우고 이상주의적 공동체를 실험했으나 화재 사고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이어 캘리포니아 주로 이주한 뒤 미국 상ㆍ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번번이 낙선했다. 사회 활동 중에도 식지 않는 창작열로 소설 King Coal(1917), Oil!(1927), Boston(1928) 등을 발표했다.

대공황기에는 ‘캘리포니아 빈곤추방운동EPIC, End Poverty in California’을 조직해 활동하면서 1934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선전했으나 역시 낙선하고 말았다.

1940년대 이후 활발히 창작 활동을 재개하고 20세기 전반기 서구 정치사를 망라하는 대작 Lanny Budd 시리즈 11권을 펴내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며 21개국에 출간되는 기염을 토했고, 이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인 Dragons Teeth(1942) 1943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미국의 사회 문제를 다룬 여러 평론집을 비롯해 90여 권이 넘는 저서가 있으나 어떤 작품보다도 대표작 『정글』의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옮긴이

 

채광석(1948~1987)

 

‘민중적 민족문학의 독전관督戰官’이라 불리던 채광석은 1948년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출생했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68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71년 학생운동으로 강제 징집되어 1974년 제대했다. 이듬해인 1975년에는 서울대 김상진 열사 추모시위 사건으로 구속되어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수감 기간 동안 시작詩作에 열중, 훗날 그의 아내가 되는 강정숙에게 옥중 연서를 보냈는데 이 연서들은 서간집 『그 어딘가의 구비에서 우리가 만났듯이』(1981)로 발간되기도 했다.

1983년 김정환의 장편 연작시 『황색예수 1』에 문화평론 성격의 발문 「김정환의 예수」를 발표하고, 창작과비평사가 발행한 『한국문학의 현단계 2』에 문학평론 「부끄러움과 힘의 부재」를 발표하며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시 전문 무크 『시인』 제1집에 「빈대가 전한 기쁜 소식」 외 4편의 시를 발표, 시인으로서의 활동도 시작했다.

198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현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재창립을 주도했고 이후 이 단체의 초대 총무간사, 집행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시인 박노해의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을 기획, 출간해 이른바 ‘민중문학 논쟁’의 불을 지폈다. 1985년에는 첫 시집 『밧줄을 타며』와 사회평론집 『물길처럼 불길처럼』을 발간했다. 이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문화예술분과 위원장으로 등으로 일하다 1987 7 12일 새벽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했다. 향년 39. 7 14일 ‘민족시인 채광석 민주문화인장’이 거행됐고 팔당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3. 차례

 

1 오나의 결혼

2 공장 지대 뒷골목

3 죽음의 행렬

4 집을 사기까지

5 죽은 소, 썩은 고기

6 이자(利子)와 스타니슬로바스

7 버둥대는 나뭇잎들

8 노동조합

9 야바위꾼들

10 아기의 탄생

11 유르기스의 병()

12 닳아 버린 부속품, 유르기스

13 비료 공장

14 끝없는 절망 그리고 싸움

15 오나의 진실

16 감옥

17 스타니슬로바스의 면회

18 출감, 흔들리는 열여덟 꽃봉오리

19 죽음

20 괴로움, 희망 그리고 절망

21 꼬마 안타나스

22 지워지지 않는 악몽

23 떨어지는 꽃잎들 썩어 가나니

24 거지와 왕자

25 전전하는 삶의 길목에서

26 다시 진창 속으로

27 꺼지지 않는 망령들의 노래

28 우리들의 모든 것

29 절망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30 새로운 출발

31 전진하라, 전진하라!

 

옮긴이의 말

『정글』재출간에 덧붙이는 말

작품 해설 - 다시 읽어도 소름이 돋는 리얼리스트의 냉혹한 필치

도판

 

4. 책 속으로

 

“다리가 부러지거나 배가 찢어진 소는 물론 이미 죽은 소들도 섞여 있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소들이 이 어둠과 고요 속에서 처리되었던 것이다. 상처 입거나 죽은 소들을 처리하는 사람들은 그런 소들을 “다우너(downer)”라고 불렀다. 도살장에는 이것들을 몰래 도살대로 올려 보내는 특별 승강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 두 시간 만에 그러한 소들은 도살되어 여러 가지 처리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유르기스는 그것들이 냉동실로 옮겨져 다른 고기들과 구별되지 않도록 이곳저곳에 분산되어 매달리는 것을 보았다.(p. 100)

 

“마치 요원들을 일부러 전국에 파견해서 절뚝거리고 늙고 병든 소들만을 통조림용으로 끌고 오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양조장에서 나오는 술찌꺼기로 사육되는 소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그것을 ‘황소 비슷한 놈’이라고 불렀다. 온통 종기로 뒤덮여 있어 차마 ‘황소’라곤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도살하는 일은 아주 지겨운 일이었다. 칼로 그런 소를 찌르면 얼굴에 온통 더러운 고름들이 튀었기 때문이다.(p. 154)

 

“그들은 손아귀에 들어온 모든 것, 다시 말해 내장, 비계, 쇠기름, 소 염통, 마지막으로 송아지 고기의 모든 찌꺼기들을 섞어서 각종 통조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들을 몇 등급으로 나누어 값을 다르게 받았으나 깡통 속에 든 내용물은 같은 구멍에서 나온 동일한 것들이었다. … 사람들은 ‘불고기 햄’을 ‘악마 햄’이라고들 불렀다. 너무 작아서 기계로 처리할 수 없는 고기 찌꺼기와 감자, 식도, 연골 등의 잡동사니들을 화학 약품으로 처리한 것이 바로 불고기 햄이었기 때문이다.(p. 155)

 

“결핵에 걸린 소는 금방 살이 찌기 때문에 환영받았으며, 전국의 모든 식료품점에 쌓인 썩은 버터들을 다시 수집해다가 압축 공기 공법으로 산화시키고 거기에다 우유 덩어리를 넣은 다음 다시 팔아먹었다.(p. 156)

 

“소시지용으로 어떤 고기가 사용되는가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불합격품과 오래 되어 허옇게 곰팡이가 슨 소시지가 유럽에서부터 모두 되돌려져 왔는데, 거기에 붕사나 글리세린을 섞어 넣은 후 다른 소시지와 함께 다시 국내 시장으로 내보냈다.(p. 215)

 

“고기가 마룻바닥에 굴러 떨어져 먼지나 톱밥이 묻기도 했다. 그 바닥은 일꾼들이 쿵쿵거리며 밟고 다니고 침을 뱉어내고 하여 병균이 우글거렸다. 몇몇 방에는 고기를 산더미같이 쌓아 놓았다. 그러나 말이 창고지, 늘 지붕이 새어 빗물이 떨어지고 쥐들이 들락날락거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런 창고 안은 너무 어두워서 잘 볼 수도 없었으나 손으로 고기더미를 획 쓸어 보면 마른 쥐똥이 한 줌씩 묻어 나왔다. 쥐들이 하도 귀찮게 굴어 쥐약을 놓곤 했는데 죽은 쥐와 쥐약 묻은 빵이 고기와 함께 깔때기 속으로 들어갔다. 이것은 꾸며 낸 얘기도, 농담도 아니다. 고기는 삽으로 수레에 퍼 담아졌으나, 삽질하는 인부는 쥐의 시체를 직접 보더라도 집어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p. 215)

 

특히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은 다음과 같은 최악의 사고에 대한 묘사였다.

 

“그러나 가장 비참한 사람들은 비료를 만드는 사람들과 조리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방문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았는데 그들에게 나는 냄새는 아무리 방문객이라 할지라도 십 리 밖으로 도망가야 할 만큼 고약했다. 거기엔 마룻바닥과 거의 같은 높이로 열려진 큰 통이 있었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가 그 통에 빠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 속에서 일했다. 어쩌다 거기에 빠진 사람을 건져내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떤 때는 며칠 동안 사람이 빠진 줄도 모르고 있다가 뼈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더럼 순수 잎사귀 라드’라는 상품으로 세상에 내보내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p.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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